091108

1.
일을 관두면 생각만 해오던 일들을 어떻게든 하고 싶어 안달이 나지만,
결국 군자금 조달을 위해 취업을 하게 되고,
취업을 하고 나면 체력과 시간이 부족해 퇴근 후, 주말이면 쓰러져 자기 일쑤다.
더구나 직장이란 곳들은 하나같이 나의 의욕을 꺾기 마련.
직장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내 생산성이란 건 점차 사라져 간다.
남 밑에서 일 못 할 팔자란 게 이런거다. 젠장.
아마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하소연 할 데 하나 없다는 건 참 불쌍한 노릇일지도.
Good to Great의 버스이론이 의미 심장하게 다가오는 또 한 번의 하루.
내가 능력이 있고 돈이 있고 덕망이 있으면 누군들 따라 주지 않았겠니. 다 나의 업보이니라. 라고 읊조리며 위안아닌 위안을 하지만, 암중모사에는 항상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당겨주고 가속도 붙기 시작할 때는 밀어줄 동료들이 절실히 필요한 법이다.
Co-Working 이란게 왜 생겨 났겠냐구.
나이 서른 전에 이 팀, 입주 시킬 수 있을까?
어쨋든 따라와만 준다면 그거 하나로 달릴 수 있는 건데.
현실에선 움츠린 청춘들에게 그 하나가 참 무게가 크다.

2.
사람과 사람에겐 적정 거리라는게 있긴 한데...
미리 예단하고 선 긋는 것도 미련한 짓이다.
어쨋든 그걸 넘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은 그 선이 무너질 수도 없는 거 아니겠나.
무작정 그걸 넘고 한 차원 더 발전한 너와나가 되겠다고 남의 영역에 흙발로 들어가는 짓은 당연히 미련하고 예의 없는 짓이지만 말이다. 적정선에서의 오픈 마인드가 없는 한 결국 관계의 발전이란 없지 않겠냐 말이다.
처음부터 맘에 들었다고 끝까지 갈 관계란 없고, 처음부터 예감 안 좋았다고 끝까지 안 좋을 수도 없는 법.
아무튼 갈수록 느끼는 건,
인간관계는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고 나쁜게 아니고, 나를 좋아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과도 유연하게 지낼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과도 틀어질 수 있다.
결국, 수행 문제인 거지. (수행이라.........)
그래도 어렵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싫다는 강성 청춘도 지나갔고,
(뭔 때아닌 All or Nothing 이냔 말이다. 러시안 룰렛도 아니고....)
오해받는게 싫어서 몸부림 칠 질풍노도도 지나갔다.
(나의 반면교사 B, 당신의 사기극에 건배 ㅋㅋㅋ)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는 것도 경험이 쌓일 수록 어려운 일이지만,
나쁜 연비 탓인지 그로 인한 오류는 아직 그다지 크게 없는 것 같다.
다만 그 사람을 어떤 상황에서 만나야 하는가... 인데...
그부분이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아이돌 양산 시스템을 깠다고 해서, 혹은 어떤 특정 아이돌을 깠다고 해서 아이돌에 열 올리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얘긴 아니다. 그냥 단순 진술일 뿐이다. 너는 좋아하고. 나는 싫어한다.
입장을 바꿨을 때 나는 주변 사람이 내 취향의 일부를 그렇게 얘기해도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물론 근거 없는 비난은 나도 싫겠지만 어쨋거나 여기선 그런 기본 이하의 경우는 전부 논외로 하고....
사람의 전체가 다 좋을 수도 없고, 맨 살 부딪혀 가며 모든 걸 공유할 수 있는 사이 따윈 가족간에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쨋든, 오히려 내 말 몇 마디 따위가 남의 인생을 규정 지을 위력이나 권한 따윈 없다고 생각하는게 문제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상처를 입는 과정이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단순히 진심을 외면당했다고 상처를 입는 건 아니란 거다.
(진심도 받아들일 수 없는 진심이 있게 마련이다.)
단지, 미소 한 번이 상대방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그게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역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
왜 내 행동이 아닌 말, 그것도 단순진술에 그렇게 베이는 사람이 많은 건지.

3.
..........이 야밤에 바흐의 만족하나이다 따위 아무리 들어봤자 만족스러울리가 있겠냐.

by kije | 2009/11/08 03:21 | 날적이 | 트랙백 | 덧글(0)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드디어 회사를 나왔다!!!!
조금 모양새 빠지게 물건챙겨 야반도주 하듯 나와서, 사람들한테 인사 제대로 못하고 나왔다는게 마음에 걸리지만 그걸 빼고는 단 하나도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한치의 후회도 없노라.
그간, 내 주변에서 대립한 의견 두 가지로 나도 고민이 많았었다.

1. 너 지금 재능과 시간을 썩히고 있는거다. 사람은 월급이 나오면 안주하게 마련이다. 어서 때려치고 이직을 진지하게 몇 달 준비해서 걸맞는 곳으로 가야한다.
2. 직장을 다니면서 다른 직장을 구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요즘 같은 세상에 무작정 때려치고 알아보는 건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분명, 고정수입이 있다는 건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확고한 자신의 의지나 꿈, 소신이 있다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나오는게 맞는 거 같다.
물론 그게 아니라 단지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나, 근무환경에 대한 고민 때문에 이직을 생각 한다면, 생각이 분명해지고 다음 목적지가 확실해 질 때 까지 붙어있는게 맞겠고.
그래도, 종이 한 장을 꺼내들고 이 회사의 좋은 점, 맘에 드는점과 그 반대를 쭉 써 나갔을 때, 좋은 점에 단 하나, 그것도 회사 자체의 정체성이나 지향과는 아무 상관없는 '인적자원' 즉, 사람. 인간관계 딱 하나밖에 쓸 수 없다면 나오는게 맞다.
입사 6개월쯤 무렵, 사장이 무한경쟁을 부추기며 나를 한 없이 깠던 적이 있다.
아닌게 아니라 나도, 칼을 뽑았으니 뭐라도 해놓고 그만둬야 하는거 아닐까? 그래야 면이 서지 않을까? 라는 고민에 빠졌다.
가만히 잠자리에 누워 생각해 봤다.
내가 퇴사하고 일테면 다시 문화예술 분야로 복귀하거나, 전시기획에 다시 손을 대거나, 글을 쓰게 된다면.....
그 회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상황만 된다면 얼마든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고 그럴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지만,
사장은 나한테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 자신이 갖춘 능력으로도 그렇고, 그 회사의 정체성 자체도 나와 아무 상관이 없었고,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도 나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게 아니었고, 그렇다고 5년이고 10년이고 있을 회사도 아니고.... 뭐하나 명확히 떨어지는게 없었다.
그냥 졸부라는 정체성 외엔. 그렇다고 그 사람이 내게 돈을 빌려줄것도 아니요, 사업 투자를 해 줄리도 만무하고.
결론은 뻔했다. 사장 눈에 들거나 사장에게 업적을 인정받는 것 보다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한게 맞다고.

글 쓰다 썡뚱맞은 부서에서 쌩뚱맞은 경력을 쌓고 있을 때, 주변 선배들한테 질책도 많이 받았었다.
왜 재능을 썩히냐고. 그 회사 아무리 니가 다니다 곧 나올거라곤 해도, 그 때 다시 글 쓰러 돌아오면, 너는 1년간 논게 된다고.
하지만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게 해 주는 건 역시 사람이다.
퇴사하고 나서 그 사람들과 만남이 꾸준히 이어지는 일은 흔치 않지만, 여긴 그래도 전공과 연관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단순한 친목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발전적인 관계로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좀 지금 그 회사 분위기 자체가 워낙 엉망이었어서, 사람들 만날때마다 표정이 어두운게 좀 마음에 걸린다.
그 사람들 모두 부디 자기를 제대로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곳으로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by kije | 2009/10/18 12:10 | 날적이 | 트랙백 | 덧글(3)

090913

금요일 저녁 부장이 갑자기 회식을 공지했다.
그 거지같은 경우에 항상 예의예의 운운하는데 댁이나 아랫사람에 대한 예의좀 지키시지. 싶었다.
나는 예의가 없는 사람이 아니지 않다.
무슨 얘기냐면, 물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라는거 어쩌면 보통이나 상식이나 정상이라고 하는 것보다 10%쯤 더 따지고 더 지키고 더 존중하는 인간이 나지만, 대상을 가린다는 얘기다.
존경할 가치도 없고, 딱 상식 선에서 티만 안나면 그 이상의 예의는 지킬 마음도 생각도 들지 않는데 굳이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공정하지 못한 행동이란거 자알 알고 있다. 근데 내가 왜 공정해야 하는 거냐. 나한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한테.
지금 당장 내가 박차고 나가든, 해고를 당하든 회사를 나갔을 때 곤란한건 아무튼 나는 아니다.
내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목례나 하고, 웃는 낯으로 댁 의견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거나 못 들었다고 말해 버린다고 해서 당신이 날 잘라버리겠다고 한다면, 그만큼의 밥값도 못하는 나는 이 회사를 나와야 하는게 맞고, 그런 기준으로 인재를 재단하는 회사는 나와야 하는게 서로에게 맞다.
예의만 잘 지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긴 당신 혼자 화롯불에 밤이나 구어드시면서 미국 유학가있다는 아들내미한테나 해 주시고.
그런 세상이 아니라는 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어쩌면 댁일거다. 그러니 능력보다 예의가 중요하다는 뻘소리를 성장하지 않으면 죽음뿐인 이윤추구형 기업에서 해대고 있는 거겠지.

어쨋든 많은 걸 생각하게 한 하루였다.
동상이몽.
직장은 직장일 뿐이다. 나는 사장과 고용계약을 맺었으며, 계약의 내용은 그가 내게 1년에 얼마를 주면 나는 그 만큼의 일을 하겠다는 거다. 그만두는 사람은 그만두는 이유가 있는거고 다니는 사람은 다니는 이유가 있겠지.
그러나 그것이 신뢰니 믿음이니, 악감정이나 나쁜 소문이나 악담 그런것과는 무관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어쨋든 우리는 한 달에 얼마간의 고정 수입이 필요한 사람들이고, 월급이 제때에 지불되는 한 일한다.
나에게 사회란 그런 곳이다.

징징거리지 마라.
회식 및 최근 일에 대한 총체적인 나의 의견은 그거였다.
사장이면 사장답게 의연하고, 아르바이트면 아르바이트 답게, 말단이면 말단답게 찌그러지는게 사회다.
각자가 자기 몫을 다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 와중에 직원들이 예의가 없다는 둥, 오너로 사는게 힘들다는 둥, 나는 왜 휴가가 없냐고 징징대는 고용된지 한달도 안 된 알바의 푸념 따위 누가 안중에나 둘 성 싶으냐.

라는 요지의 말을 심지어 직접 해주었더니 돌아오는 건 허세였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택시에 뛰어 들었고, 기사님은 내게 "위트있는 분이시네요. 별 생각없이 그냥 던지시는 말 같은데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이 있어요" 라며 활자로 찍어낸 듯이 크게 하하하하하하 하고 웃었다.
기사님은 도착할 때 까지 진심으로 계속해서 웃었고, 나는 그 점이 좀 심란하기도 하고 울적해지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의 이름모를 어린애가 사는게 개같다고 친구 블로그에서 지껄인것 때문에 탈퇴당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기사로 온 세상이 시끄러운 사이, 쥐도새도 모르게 인천공항이 매각되었다.
나는 아침이 올 때까지 혼곤히 잠들었다.
그냥 아침이 영원히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by kije | 2009/09/13 03:11 | 날적이 | 트랙백 | 덧글(2)

이 회사 못 다니겠다.

금요일에는 갖은 짜증을 부리면서 발을 동동 구르던 사장을 옆에 두고 12시에 퇴근했다.
엄밀히 말하면 1박2일 근무한 셈이다.
온갖 짜증에 욕을 다 듣고 집에와서 관리자모드 들어가보니까 반나절만에 솔드아웃 뜬다.
내가 분명히 200개 올려놓고 퇴근했었는데.

의상팀 과장한테 소꿉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뭐냐고 막말을 했다더니,
소꿉놀이는 지금 누가 하는건지 모르겠다.
직원 몇 십명 데리고 소꿉장난질이라니 퍽도 재미있겠군.

사주보시는 분이 넌 드러우면 언제라도 뛰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
곧 죽어도 남 밑에서 일 할 성격이 아니지만,
30살까지는 죽은 척하고 드럽고 치사해도 꼭 붙어 있으라더니.
원래 난 드럽고 치사한거 잘 참는데(...)뭔 소린가 했다.
그 분 사주풀이 하실때 어금니 꽉깨무시며 드으럽고 치이사 해도 나 죽었소오~ 하고 꽈악 붙어 있으라고 말씀하시더니,
강조하시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아 근데 그게 꼭 이 회사여야 하냐고요.

by kije | 2009/08/23 09:56 | 트랙백 | 덧글(0)

누군가 물었다. 내게, 왜 그리 침통해 하느냐고

공과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는 참 인간적인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통계 자료만 봐도 그는 분명히 유능했다 )
정치적 지지는 그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와 친구가 된다는 건 참 멋진일 아니었나?
그래서 나는 그를 위해 위령기도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우인 것 같아서. 
간 사람은 말이 없고, 남은 이는 슬플 것이다.
많은 아버지들이 피기소인의 입장에서 고통받는 친구와 가족들, 은사들 때문에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보았다.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긴 하지만, 그건 기본적으로 그들이 아버지이기 때문이라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간 사람은 말이 없고, 산 사람들은 살아야 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그 정도다.

근래, 예언 같은게 유행하고 있다.
탄핵정국때 부터 돌던 예언에 살이 붙으면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근래 들은 가장 최신 버전은 dj가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며, mh는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고, mb는 역사상 가장 단기간에 퇴임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며, 그리고 그 다음대 대통령이 구국영웅이 될 거란다.
난 이런 '전설'이 떠도는 현실이 망연하다.
21세기에도 우리는 '영웅'이라는 단어를 좇아야 한다는 것이 슬퍼지는 거다.
이제 영웅사관보다는 민중사관이 존중받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역사를 만드는 건 우리들 아닌가.
전설은 결국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고 말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며, 영웅또한 사람들이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구국 영웅 한 사람이 짠하고 나타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처럼 사람들을 개도하고 구원하는 시대는 지났다. 심지어 지저스가 우리에게 준 것은 구원이 아니라 가르침 아닌가. 너 스스로를 구원하라.
물론 사람마다 영웅의 정의는 다르겠지만, 결국 누군가 무언가 길을 제시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을 게다. 어떤 종류의 영웅이건 영웅을 고대하는 시대란 그만큼 어두운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저런류의 전설이 떠도는 것 자체가, 지금 내가 얼마나 어두운 시대를 살고 있는가를 느끼게 해줘서 망연했던 거다.

나에게는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 이제 민중사의 새 장이 시작될 거라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난 노사모에 든 적이 없다.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었다. 2004년, 거리에 나가기까지 사흘이란 시간과 수십명의 사람과의 인터뷰가 필요했다. 그냥 그게 맞는 일이고 합리적인 일이었으니까.
뭐 마지막 항목이야 당연한 거라 치지만 그래서 더더욱 그가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 사람이었는지 지금 내 행동을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째서 그렇게나 침통해 할 필요가 있는지.
그에 대한 어떤 애정이나 믿음때문에라기 보다, 그 사람이 내게 상징하는 바가 참 컸다.
내 세상에서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가 있었다.
드디어. 이런 인사를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구나.
드디어. 이 나라에 시작이 찾아왔구나.

나는 그 때야 비로소 조금씩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 나라에서도 내 꿈을 펼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선, 특히 총선을 말아먹으면서 내 꿈은 순식간에 밟혔다.
소위 말하는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난 허덕허덕 그저그런 직장인이 되야만 했다.
직장인이 그저그렇다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정말 '그저그런 직장인'이 되야만 했다는 거다.
난 우리나라 위정자들을 믿지 않았다. 죄를 저질러도 하등 놀랍고 신기할게 없었다.
그 천박함에 혀를 내두를 뿐.
그러나 그와,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품위라는 것이 있었다.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잘못을 수긍하는 일도 거의 없지만, 대국민 사과라고 지껄이는 걸 위선 이상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던 적이나 있었나.
살다보면 죄는 지을 수 있다. 하지만 나랏일좀 하시겠다는데 너희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는 그 태도, 재수가 없어서 잘못 얻어걸렸다는 듯한 그 태도가 화가 나고 희망과 기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 사람은, 여러가지 잘못들이 있더라도 그것을 딛고 좀 더 나은 길을 위해 노력할 수 있고 나아질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믿었다.
그가 특별히 더 깨끗하거나 도덕적이거나 뛰어나다고 믿은게 아니다.
인간 이하인 다른 정치인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적어도 인간적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사실, 그는 어떤 대통령보다 일은 잘했다.
단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외화고를 채우고 있는 IT업계만 해도 지금 같은 막대우는 안 받았다.
전국적으로 광랜 깔고,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서포트도 있었고. (그래. 우리 사장이 그 때 일 좀 수월하게 했다. -_-)

지금 당장의 내 수입은 2,3년전에 비하면 거의 3~4배다.
그 때는 정말 단돈 10만원을 받고 일해도 행복했다. 가야할 길이 분명히 보였기 때문이다.
비포장 도로라 배고프고 고달프긴 해도 내가 가야할 길이 분명히 보였고 그 끝에 내가 원하는 풍경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뭘 해도 괴롭다. 좋아하는 뮤지컬을 캐스팅별로 4~5번씩 볼 수 있어도 생활이 결코 윤택하지가 못하다. 그냥 점점 더 목이 말라올 뿐이다.
우선 내가 원하는 일을 해서 수입을 내고 있는게 아닐 뿐더러, 이제 내가 가려고 했던 길은 점점 멀어지고 심지어 가로막히고 있다. 애초부터 비포장도로였는데 이젠 낭떠러지가 되가고 있다.
내 부모로 부터 물려받을 부동산이나 재산이 얼마나 증량할지에는 별로 관심 없다. (게다가 그런게 있기나 할까. 주변에서 있어봐야 박터지게 싸우는 꼴만 지겹게 봤다.)
애초부터 부동산이 높지 않으면 굳이 부모로부터 뭘 물려받아야 할 이유도 없잖아. 20년 넘게 키우고 끼고 살아줬으면 됐지 대체 결혼시켜주고 집도 사줘야 하고... 대체 자식이란 건 요즘 세상에선 태어나는 순간부터 몇 억짜리 부채나 마찬가지다.
부동산값 낮아지면 난 차라리 부모님 신세 안질 수 있어 기쁘기 한량이 없겠다. 남는돈으로 집값 낮아진 만큼 효도하면 되지. 그러라고 버는 돈 아냐?
어쨋든 그런 걸로 사람은 행복해 지지 않는다.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을 한 번 봐라. 그게 행복한 인간들로 보이나.
사람마다 다른거겠지만, 나도 재화의 중요성은 뼈저리게 느끼지만, 난 그게 인생의 최우선 순위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적어도, 내 재화는 내 능력을 인정받아서 늘어날 때 기쁨이 있고 의미가 있는 거고,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온전히 이 정부 탓만은 아니겠지만, 근원인 건 분명하다.
생활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란 걸 무시해서 벌어지는 일이란 말이다.
심지어 이들은 무능하기 짝이 없다. 감도 잃었다.
어디 쌍팔년도 적 염불을 지금도 외고 있나? 괴뢰군이 쳐 들어온다고 하지 왜. 평화의 댐이 갈라지면서 비밀병기 태권브이가 나올거라고 하지 그러시나?
경기가 바닥을 치긴. 일을 아예 안하고 있으니 이 모양 이 꼴이지.
우리나라사람들이 참 근거없이 무시하는 인도네시아 정부도 비관세장벽제도를 계획하는 마당에 땅이나 파겠다니 이게 일을 안하는거지 뭔가. 뭐, 잠꼬대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대안 없는 반대의견이나 내서 하는 일마다 태클을 걸어대니 인사가 수시로 바뀌는 마당에도, 지난 정부에서는 관에서 지원하는 사업 중에 내가 관련된 일들 중 제대로 진행 안되는 일은 없었다고.

100년이 걸려도 좋다.
부디 옳은 게 대우 받고, 아름다운게 인정 받고, 진정한 생산의 숭엄함을 좀 인정받는 세상을 보고 싶다. (컴퓨터로 하는 생산도 생산이라고! 왜 인정을 못해! 왜! 그러니 개발자 품귀 현상이 벌어지지!!)
그런 세상, 오긴 올까.

by kije | 2009/05/30 04:09 | 트랙백 | 덧글(0)

내가, 우리세대가 이런 세상을 살게 되리라고는

아마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대 공황의 시대.
50년 이내의 전쟁이 예상되는 시대.
그리고 다시. 독재타도를 부르짖어야 하는 시대.
이럴땐 그림판의 고질적인 정치적 무관심이 보통 짜증이 나는게 아니다.

내 후배의 상당수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닌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 국립예술학교는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저력이자 척도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소위 예술한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입학을 고려하고
누군가는 유학대신 이 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런 학교가 정치적 파워게임 따위에 존폐를 위협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
이제 우리들 코 앞까지도 왔다.
이래도 위정자의 도덕적 청렴도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가려내어 누군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을 가려내야만 하는지,
이놈도 저놈도 다 같이 나쁘다는 양비론이 어째서 작금의 대한민국에 가장 위험한 생각인지 도통 모르겠다면,
(더불어 그것이 조*일보의 논조인 이유도)
당신은 그냥 당할 수 밖에 없는거다.
태곳적부터 많은 폭군들이 양민들이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고 막아왔다.
왜라고 생각하는가?
내 감히 말하건데, 제발 좀 배우자. 함께 좀 배우지 않겠는가?
대체. 왜들 그리 배우는데 인색한가?




간지나는 자전거 라이더.
어디선가 누군가가 피켓을 들면 득달같이 자전거를 몰고 나타나신다는 소문이 있다.
 
이번 정부 들어설때 내가 세상에서 가장 걱정했던게 바로 이 사람이 문화부 장관 되는 거였는데,
지인 중 누군가가 장관이 누가되든 니 인생이랑 무슨 상관이냐며 면박을 준 적이 있다.
무슨 상관이긴.
이런 상관이지.
참 예상이 이렇게 맞아떨어지는건 주식이나 경마때나 좀.


by kije | 2009/05/28 00:51 | 날적이 | 트랙백 | 덧글(0)

추억이 아니다. 추억하지 마라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빛바랜 풍경 하나가 이 곡에 있다.
  때는 봄이었고,
  우리는 대학교 2학년생이었다.
   하루 종일 최루탄 연기를 잔뜩 맡은 우리는
   카페 `에로이카'에 앉아서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창 밖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무언가, 모든 대화나 시나 철학을 넘어,
   다른 그 무엇을 통해 울어버리고 싶었다.
   언어 이외의 것으로 말이다.

   한 선배의 공책을 찢는 소리가 이 침묵을 깨뜨렸다.
   "뭐에요?" 한 친구가 조용히 물었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비탈리의 샤콘느..."
   우리는 말없이 담배를 한 대씩 붙여물었다.

   오르간의 저음이 흘러나오고,
   마침내 그 카랑카랑한 바이올린의 절규가 쏟아졌다.

   그 날, 우리는 술 한잔 걸치지 않은 맨정신으로 말 한마디 없이 울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이 곡이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는 것을 긍정한 셈이 되었다.

-야샤 하이페츠 음반 메뉴얼의 음악칼럼니스트 조희창씨의 글 중에서. -


▶◀ MM

by kije | 2009/05/25 23:16 | MM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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