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30일
누군가 물었다. 내게, 왜 그리 침통해 하느냐고
공과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는 참 인간적인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통계 자료만 봐도 그는 분명히 유능했다 )
정치적 지지는 그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와 친구가 된다는 건 참 멋진일 아니었나?
그래서 나는 그를 위해 위령기도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우인 것 같아서.
간 사람은 말이 없고, 남은 이는 슬플 것이다.
많은 아버지들이 피기소인의 입장에서 고통받는 친구와 가족들, 은사들 때문에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보았다.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긴 하지만, 그건 기본적으로 그들이 아버지이기 때문이라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간 사람은 말이 없고, 산 사람들은 살아야 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그 정도다.
근래, 예언 같은게 유행하고 있다.
탄핵정국때 부터 돌던 예언에 살이 붙으면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근래 들은 가장 최신 버전은 dj가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며, mh는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고, mb는 역사상 가장 단기간에 퇴임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며, 그리고 그 다음대 대통령이 구국영웅이 될 거란다.
난 이런 '전설'이 떠도는 현실이 망연하다.
21세기에도 우리는 '영웅'이라는 단어를 좇아야 한다는 것이 슬퍼지는 거다.
이제 영웅사관보다는 민중사관이 존중받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역사를 만드는 건 우리들 아닌가.
전설은 결국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고 말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며, 영웅또한 사람들이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구국 영웅 한 사람이 짠하고 나타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처럼 사람들을 개도하고 구원하는 시대는 지났다. 심지어 지저스가 우리에게 준 것은 구원이 아니라 가르침 아닌가. 너 스스로를 구원하라.
물론 사람마다 영웅의 정의는 다르겠지만, 결국 누군가 무언가 길을 제시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을 게다. 어떤 종류의 영웅이건 영웅을 고대하는 시대란 그만큼 어두운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저런류의 전설이 떠도는 것 자체가, 지금 내가 얼마나 어두운 시대를 살고 있는가를 느끼게 해줘서 망연했던 거다.
나에게는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 이제 민중사의 새 장이 시작될 거라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난 노사모에 든 적이 없다.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었다. 2004년, 거리에 나가기까지 사흘이란 시간과 수십명의 사람과의 인터뷰가 필요했다. 그냥 그게 맞는 일이고 합리적인 일이었으니까.
뭐 마지막 항목이야 당연한 거라 치지만 그래서 더더욱 그가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 사람이었는지 지금 내 행동을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째서 그렇게나 침통해 할 필요가 있는지.
그에 대한 어떤 애정이나 믿음때문에라기 보다, 그 사람이 내게 상징하는 바가 참 컸다.
내 세상에서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가 있었다.
드디어. 이런 인사를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구나.
드디어. 이 나라에 시작이 찾아왔구나.
나는 그 때야 비로소 조금씩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 나라에서도 내 꿈을 펼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선, 특히 총선을 말아먹으면서 내 꿈은 순식간에 밟혔다.
소위 말하는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난 허덕허덕 그저그런 직장인이 되야만 했다.
직장인이 그저그렇다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정말 '그저그런 직장인'이 되야만 했다는 거다.
난 우리나라 위정자들을 믿지 않았다. 죄를 저질러도 하등 놀랍고 신기할게 없었다.
그 천박함에 혀를 내두를 뿐.
그러나 그와,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품위라는 것이 있었다.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잘못을 수긍하는 일도 거의 없지만, 대국민 사과라고 지껄이는 걸 위선 이상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던 적이나 있었나.
살다보면 죄는 지을 수 있다. 하지만 나랏일좀 하시겠다는데 너희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는 그 태도, 재수가 없어서 잘못 얻어걸렸다는 듯한 그 태도가 화가 나고 희망과 기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 사람은, 여러가지 잘못들이 있더라도 그것을 딛고 좀 더 나은 길을 위해 노력할 수 있고 나아질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믿었다.
그가 특별히 더 깨끗하거나 도덕적이거나 뛰어나다고 믿은게 아니다.
인간 이하인 다른 정치인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적어도 인간적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사실, 그는 어떤 대통령보다 일은 잘했다.
단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외화고를 채우고 있는 IT업계만 해도 지금 같은 막대우는 안 받았다.
전국적으로 광랜 깔고,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서포트도 있었고. (그래. 우리 사장이 그 때 일 좀 수월하게 했다. -_-)
지금 당장의 내 수입은 2,3년전에 비하면 거의 3~4배다.
그 때는 정말 단돈 10만원을 받고 일해도 행복했다. 가야할 길이 분명히 보였기 때문이다.
비포장 도로라 배고프고 고달프긴 해도 내가 가야할 길이 분명히 보였고 그 끝에 내가 원하는 풍경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뭘 해도 괴롭다. 좋아하는 뮤지컬을 캐스팅별로 4~5번씩 볼 수 있어도 생활이 결코 윤택하지가 못하다. 그냥 점점 더 목이 말라올 뿐이다.
우선 내가 원하는 일을 해서 수입을 내고 있는게 아닐 뿐더러, 이제 내가 가려고 했던 길은 점점 멀어지고 심지어 가로막히고 있다. 애초부터 비포장도로였는데 이젠 낭떠러지가 되가고 있다.
내 부모로 부터 물려받을 부동산이나 재산이 얼마나 증량할지에는 별로 관심 없다. (게다가 그런게 있기나 할까. 주변에서 있어봐야 박터지게 싸우는 꼴만 지겹게 봤다.)
애초부터 부동산이 높지 않으면 굳이 부모로부터 뭘 물려받아야 할 이유도 없잖아. 20년 넘게 키우고 끼고 살아줬으면 됐지 대체 결혼시켜주고 집도 사줘야 하고... 대체 자식이란 건 요즘 세상에선 태어나는 순간부터 몇 억짜리 부채나 마찬가지다.
부동산값 낮아지면 난 차라리 부모님 신세 안질 수 있어 기쁘기 한량이 없겠다. 남는돈으로 집값 낮아진 만큼 효도하면 되지. 그러라고 버는 돈 아냐?
어쨋든 그런 걸로 사람은 행복해 지지 않는다.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을 한 번 봐라. 그게 행복한 인간들로 보이나.
사람마다 다른거겠지만, 나도 재화의 중요성은 뼈저리게 느끼지만, 난 그게 인생의 최우선 순위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적어도, 내 재화는 내 능력을 인정받아서 늘어날 때 기쁨이 있고 의미가 있는 거고,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온전히 이 정부 탓만은 아니겠지만, 근원인 건 분명하다.
생활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란 걸 무시해서 벌어지는 일이란 말이다.
심지어 이들은 무능하기 짝이 없다. 감도 잃었다.
어디 쌍팔년도 적 염불을 지금도 외고 있나? 괴뢰군이 쳐 들어온다고 하지 왜. 평화의 댐이 갈라지면서 비밀병기 태권브이가 나올거라고 하지 그러시나?
경기가 바닥을 치긴. 일을 아예 안하고 있으니 이 모양 이 꼴이지.
우리나라사람들이 참 근거없이 무시하는 인도네시아 정부도 비관세장벽제도를 계획하는 마당에 땅이나 파겠다니 이게 일을 안하는거지 뭔가. 뭐, 잠꼬대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대안 없는 반대의견이나 내서 하는 일마다 태클을 걸어대니 인사가 수시로 바뀌는 마당에도, 지난 정부에서는 관에서 지원하는 사업 중에 내가 관련된 일들 중 제대로 진행 안되는 일은 없었다고.
100년이 걸려도 좋다.
부디 옳은 게 대우 받고, 아름다운게 인정 받고, 진정한 생산의 숭엄함을 좀 인정받는 세상을 보고 싶다. (컴퓨터로 하는 생산도 생산이라고! 왜 인정을 못해! 왜! 그러니 개발자 품귀 현상이 벌어지지!!)
그런 세상, 오긴 올까.
# by | 2009/05/30 04:09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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